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책을 읽고 싶었다.
그런데, 고르고 보니 '글쓰기'보다는 '글쓰기 강좌'를 설명하는 책이었다.
나름 흥미로운 분야라서 쭉 읽어나갔는데,
만약 서울대에서 저자의 강좌를 듣는다면
참 힘들고 어려운 수업이 되겠다는 생각이 가장 많이 들었다.
수업 시간마다 과제로 일정한 주제의 글을 적고, 또한 다른 이들의 글을 읽고 난 뒤
소감을 댓글로 다는 방식의 수업 진행은 흥미로웠지만,
그렇다면 굳이 매주 한 교실에 모여서 수업을 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인터넷이라는 공간이 주어진 지금,
물론 사람과 사람이 서로 마주보고 대화하는 것에도
많은 의미가 있겠지만, <글>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글쓴이>의 치열한 투쟁에 의해 만들어지는 창조물이기에...
누군가의 평가나 첨언이 필요하다면 차라리
익명의 공간에 날것으로 던져놓고 비평을 받는 것도 나을 듯 싶다.
단지, 매 주 정해진 시간이라는 틀과, 마주하는 사람들의 존재가
글쓰기의 원동력이 된다는 점에서 강좌는 긍정적이기도 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스스로 의지와 능력이 있다면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넘어서 자신의 글쓰기를 단련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다.
문득 예전 PC통신 시절의 천리안, 나우누리 등지에 있던 소설창작 동호회가 생각나기도 했다.
주로 당시 유행하던 판타지 장르의 소설 팬들이 모여서 서로 작품을 연재하곤 했는데,
그 명맥이 지금도 인터넷 소설연재 사이트로 가늘게 이어져가고는 있지만
PC통신의 상징인 파란 화면에 흰 글씨로 또렷하게 적혀있던
수많은 연재물들과 그것을 남기기 위해 밤을 환하게 밝혔던 이름모를 저자들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그들이야말로 저자와 독자간의 소통에서 재미를 느끼면서
즐기는 글쓰기를 실천한 이들이 아닐까 싶다.
글쓰기 '강좌'라는 딱딱한 방식보다는
자발적인 '연재'가 가능하도록 흥미를 불러 일으키는 방식이 더 좋지 않을까?
기존의 연재 공간에서 느끼기 힘든 사람들 사이의 보이지 않는 정이 숨쉬는
그런 공간을 마련하고, 그곳에 성취감과 흥미를 더욱 돋굴 수 있는 양념으로
게임화(Gamification)된 시스템을 도입해도 좋을 것 같다.
'점수', '추천수', '등급' 같은 식상한 내용을 조금 더 세련되게 바꿔서...
작가의 공간을 부여, 글쓰기를 통해 얻은 포인트로 저자와 독자가 함께 꾸밀 수 있도록 한다든가,
소설에 나오는 캐릭터들을 바로 인터넷 컨텐츠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든가,
연재물이 게시될 때 SNS 서비스와 연동하여 독자들을 모을 수 있게 한다든가..
다양한 아이디어를 활용해서 글쟁이들을 위한 새로운 공간이 등장했으면 하는
망상을 잠깐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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